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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④ 살아 남는 자가 성공한다

기사승인 2019.03.19  11: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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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바글룽(Baglung)으로 출발하기 위해 자명종을 6시 20분에 맞춰두었습니다. 5시 20분에 벨이 울렸습니다. 자명종 소리인 줄 알고 얼결에 버튼을 눌렀으나 미리 알았으면 받지 않아도 될 업무전화였습니다.(서울은 8시 35분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더 자야 하나 망설이다 마당에 나가 마차푸차레(Machapuchare)의 산등성이를 더듬어봅니다. 아직 하늘은 회색이고 산은 겨우 윤곽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밀크짜이, 토스트, 삶은 계란으로 여유 있는 조반을 듭니다. 그야말로 여유만만한 아침입니다.

■ 도로 사정이 열악한 길에서 요통을 겪다.

7시 40분이 되어서야 바글룽으로 출발했는데 처음부터 차가 요동을 칩니다. 오늘 밟는 길은 좀 매끄려우려나 기대를 하지만 역시 기대였을 뿐 포카라(Pokhara)로 올 때보다 훨씬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3년 전 방문 당시에는 지진을 겪은 후라 그러려니 했는데 웬걸요. 이번 도로는 매우 열악합니다. 이런 상태로 세 시간 가량 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운전자는 훨씬 신경이 곤두서있을 것입니다.

인도에서 네팔의 바글룽을 거쳐 티벳과 중국을 연결하는 도로를 정비하느라 긴 노선을 죄다 까뒤집었습니다. 준공이 되면 쾌적해지려나요. 일의 대부분은 장비가 하는 법인데 많은 부분을 인력에 의존하려니 마뜩지 않습니다.

기존 도로도 마음에 안 들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포장면은 얇고 자갈은 튀어나오고 움푹 파이고 경계가 불분명한 갓길을 달리는 차바퀴에서 연신 밀가루 같이 고운 흙먼지가 가시거리를 좁힙니다.
실은 어제부터 목이 따갑고 기침이 나고 약간의 미열이 있어서 감기약을 복용하고 짐자리에 들었었지요. 
먼지, 대단합니다. 결국 차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그런데도 먼지 냄새가 가시지 않습니다.

도로공사 중인 돌무더기 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도로의 포장면이 얇은 이유는 뭘까요. 그렇게 빠져나간 공사비는 누구 주머니로 들어갈까요. 소위 엘리트 집단인 지식층은 유학파이고 고위직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과연 국민을 위한 봉사를 제대로 할까요. 제 생각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마지막에 살아 남는 자가 성공한다.

어제는 파더홈에서 청년들과 자기 자신을 주제로 한 에세이 작성에 대해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한 청년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죠. 저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순간 당황했습니다. 평소 믿었던 지론을 얘기해주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돈을 쫓는다는 것이다. 돈을 쫓다 보면 돈 때문에 망하게 된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열심히 하다보면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얻게 되면 돈은 자연히 따라온다. 혹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행복이 보장된다. 즉 돈을 쫓지 말고 돈이 따라오도록 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통역하던 윤종수 목사가 말미에 한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끝까지 살아남아라. 그러면 성공한다.”

■ 홀리차일드스쿨의 건축현장을 가다.

① 홀리차일드스쿨의 현재 정문    ② 홀리차일드스쿨의 현재 화장실    ③유치원동
신축교사

KB. 샤히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 건축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샤히의 여동생인 인드라가 수줍은 표정으로 안내를 해줬습니다.

5층 건물입니다. 3층까지는 한 면을 구획해서 학생들의 임시 교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계속해서 건축 행위가 이뤄져야 합니다.

우측에는 단층의 유치원 교사를 운영중에 있습니다.
샤히 교장은 사욕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그는 자신을 위해 배를 불리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의 표정도 밝습니다. 학생들도 하나 같이 명랑합니다.

[위] 홀리차일드스쿨의 현재 교실,  [아래] 새 교실

[위] 교사 신축에 후원한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현수막(준공이 되면 명판으로 걸린다.)

[아래] 공사중인 교실에서 마침 학업중인 학생들과 함께 테이프커팅식을 했다.

운동장과 마을 전경(바글룽은 다왈라기리주의 주도이고 해발 1000m에 위치한다.)

■ 네팔인의 인간성은?

중국의 국민성은 어떻고, 일본은, 유럽은… 소위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면 한국인에 대해서도 얼추 정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제가 보는 한국인은 이해관계에 있는 주변 사람에게 매우 친절합니다. 그렇다고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불친절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것이지요. 점점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적절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네팔인은 도무지 화를 내지 않습니다. 주장과 고집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드물다는 뜻이지요. 다투다가도 누군가 끼어들어 ‘나마스테!’ 하면 한발 물러섭니다.
나마스테(namaste)의 뜻이 뭡니까.
나마(nama)는 ‘절하다’, 아스(as)는 ‘나’, 테(떼. te)는 ‘너’를 의미하며, ‘당신에게 절합니다’ ‘인사합니다’가 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는 하트 차크라(heart chakra)에 신성(神聖)이 있다고 믿는 동작입니다. 그 동작은 자신의 영혼이 다른 이의 영혼과 함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입니다.
네팔에는(인도와 더불어) 3천의 신이 있고 사람마다 신을 모시고 있어 그 사람의 신이 다른 사람의 신에게 절한다 인사한다 하는데 마음을 다스리지 않고 계속해서 성질 낼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다시 덜커덩거리는 먼지길을 달려 포카라 숙소에 돌아와 네 번째 편지를 드립니다.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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