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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⑭ 트리부반을 떠나며

기사승인 2019.04.05  13: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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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멜에서의 여유

타멜(Thamel)은 3년 전 방문 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타멜 거리
타멜 거리

당시의 타멜 모습을 여행에세이 「네팔에서 보낸 일주일」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중 몇 대목을 빌려오면 이렇습니다.

2015년 지진 때 무너진 벽을 임시로 막아놓은 건물

「타멜 지구(Thamel District)에서는 등산용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많기 때문에 안나푸르나, 랑탕,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주변 길을 트레킹하려는 사람들이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기 좋다.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흥정은 필수다. 관광객이 이용할 만한 기념품점과 레스토랑, 술집, 호텔 등이 밀집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명동과 인사동처럼 인파가 몰려 활기차다.(골목이 경차 수준의 택시와 오토바이가 겨우 다닐 만큼 좁고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도로가 넓은 명동과 인사동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간혹 뒤에 2인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만들어놓은 형태의 사이클 릭샤(Cycle Rickshaw)도 다닌다. 주로 관광객이 이용한다. 정액 요금이 아니라서 흥정은 필수다.)

타멜은 쇼핑거리로서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약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양편에 대부분 3~5층 건물로 빽빽이 들어차 있다. 세계 각국의 여행객이 몰려들지만 기대만큼 물건의 종류가 다양해보이지 않는다.  
각종 기념품점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주석과 청동제로 만든 크고 작은 동물 모형과 상징물, 쿠쿠리(Kukri)나 미틸라(Mithila)화 같은 민속품, 물소 뼈로 만든 장식품, 황금빛의 불상과 같은 불교 예술품, 등산화·트레킹화·슬리퍼·스틱 따위의 등산용품, 팔찌·목걸이·지갑·가방 따위의 네팔 전통 장신구들 그리고 숄(캐시미어) 전문 취급점과 마사지숍, 식당, 주점, 환전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타멜 지구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과 인드라초크(Indra Chowk. 초크; 안마당) 재래시장이 있다. 타멜 지구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다소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는데 건축물들은 오래된 만큼 목재로 된 문과 창들이 낡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랜 역사를 품은 아름다움과 멋을 품고 있다. 가게들마다 다양한 무늬의 카펫을 질서정연하게 걸쳐놓았다.」

타멜 거리의 전선줄(전공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가닥을 골라내는 그의 능력이 신기하게 보였다.)

트레킹 전에 여기 타멜 거리에서 스틱과 랜턴 그리고 샌들을 구입했습니다. 세 가지 다 요긴하게 쓰였고 제법 튼튼하여 귀국할 때 소지하기로 했습니다.

귀국하는 항공편은 자정 직전에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네팔을 방문한 후로 모처럼 맞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간편한 차림으로 골목골목을 누볐습니다. 자세히 보니 골목마다 취급하는 상품들이 테마별로 형성돼 있습니다.

인드라초크
인드라초크

인드라초크는 말 그대로 재래시장입니다. 국경 전체에 걸쳐서 산맥은 존재하나 해안에 접해있지 않은 지형인데도 불구하고 그 많은 생선들은 어떤 경로로 유통되어 좌판에 깔리는지 신기합니다. 어디에 쓰이는지 모를 처음 보는 재료들이 많은데 상점마다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먹고 생활한 곳, 줄곧 보고 듣고 느낀 곳, 같은 민족과 어울려 살아온 것들이 소위 문화란 것이고 관습에 기인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되는 이국적인 시장 모습이었습니다.

■ 아식의 저녁식사 초대

아식(Ashik)의 Dinner Table

어제는 비루(Biroo)가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그의 집을 방문했었는데, 오늘 저녁은 아식(Ashik shrestha)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3대가 함께 사는 화목한 분위기에서 행복감마저 들게 하는 시간을 갖았습니다.
아식의 부인(Gaurita. 45)은 공무원입니다. 그의 두 딸(Anuska. 16 / Ashma. 13)은 쾌활하고 명랑하며 예의가 바릅니다. 시종 미소 띤 얼굴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혹 필요한 것은 없는지 따뜻이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의 조부모님은 후덕하십니다. 특히 조모님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끌어안거나 바짝 붙어 웃음으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머무는 내내 즐거운 탄성이 집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큰딸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모두가 춤을 췄습니다. 
아식 집에서의 환대는 2주간의 네팔 체류 중에 가장 유쾌했던 시간입니다.

■ 트리부반(Tribhuvan)을 떠나며

트리부반 공항 출국 대기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영숙의 詩를 꺼내 읽습니다.(사실 이영숙의 신간 詩集 <히스테리 미스터리>는 네팔 여행 내내 함께 해줬습니다.)

우리는 거기에 있은 적이 있나 \ 그곳이 있다는 걸 알기나 했나 \\ (중략) \\ 여전히 인간은 부류별로 나누길 좋아합니다 \ 영락없이 그대는 태어나자마자 헤엄을 친 족속의 후예 \ 갈팡질팡하면서 나는 난생과 난태생 사이를 \ 희뿌연 막걸리처럼 떠다닙니다 \\ 주머니 가득 물방울이 들어찹니다 \ 구멍 숭숭 뚫린 말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 혀를 거푸 깨물기도 하면서 \ 겨우 거기에 당도할 뻔합니다 \ 가다가 키를 잃어버리는 레퍼토리는 바뀌지 않고 \ 우리는 웅성거리는 한 떼의 자가당착을 \ 오늘의 분량을 초과하며 늠름히 연기해냅니다  (『목요일의 패러독스3』 詩集 <히스테리 미스터리> 중)

거기에 있은 적이 없는데 늘 있었던 것 같은, 그곳이 있다는 걸 알기는 했는데 마치 꿈속의 어느 한 부분인 것만 같은, 만나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 않건만 자연스럽게 부류별로 나누게 되는, 태어나자마자 한 족속으로 편입되는, 한 지역에서 무리들과 부대끼며 갈팡질팡 사는, 나날이 희뿌연 날들...
그러나 오늘도 나의 인생을 시간이라는 흐름으로 늠름히 연기해내며 살아갑니다.

네팔에서 ‘들꽃이고 싶은 점(點) 하나’로 첫 소식을 드린 이후 열네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03.28 목).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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