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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비무장지대 통일염원 인간띠잇기

기사승인 2019.05.04  23: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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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합시다

나는 4월 27일에 DMZ 비무장지대에서 철책선을 붙잡고 외쳤다.

“통일 합시다! 통일 합시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바다로 가는 어느 해안 철책선에 나는 서 있었다. 국권 침탈기의 가수 박향림(朴響林, 1921~1946)의 노래 중에 ‘못 갑니다’라는 제목이 있어 가사를 SNS에서 찾아보았다. 그 중에 다음 부분의 가사가 간절하고 애틋하다.

하늘땅이 꺼지어도 당신은 언제든지 있어 주세요.

기울어진 민족의 국운이 상실된 일제 강점기에 망국의 한을 노래하며 탄식한 내용이다. 통곡의 노래이다. ‘당신’은 우리의 ‘조국’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봄이 왔다고 제비들도 고향에 갔으련만
고향으로 가고파도 갈 수 없는 이 사연을
그 누가 알아주랴. 안타까운 이 내 심정을
구름 넘어 나는 새야. 이 내 마음 전해다오.
새봄이 오면 돌아간다고 아내와 약속했건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이 내 마음 괴로워라.
그 누가 들어 주랴. 타향의 슬픈 노래를
산을 넘어 들을 지나 정든 님께 전해다오.

위의 구절은 연변 가수 김성삼의 ‘타향의 봄’의 가사이다.

통일 기원 인간띠잇기에는 교동향교에서 나온 향교장님도 도민들의 슬픈 분단의 사연을 적어 읽었다. 그 내용도 또 슬펐다. 고향땅을 눈앞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이들이 이곳 교동도에 정착하고 살았다고 했다.
다른 때보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의 손뼉이 더욱 크게 들렸다. 풍물놀이와 탈북민의 가족 중에 어린이들이 참여하여 소원을 적어 나무에 걸었다.

장소를 옮기는 중에 교통경찰의 고함이 들렸다. 친절하지 않은 음성을 눈치채고 일행들은 소리 높여 친절, 친절을 외쳐 주문하니 한결 부드러운 음성으로 진행을 하였다.
행사주관을 하는 이는 여자분이었는데 교통경찰은 마이크로 하는 말이 반말이었다. “어따 반말까지”라는 말을 외치는 이도 있었지만 조금 진정된 말투였으므로 친절 구호는 외칠 상황은 아니었다고 보았다.

조강(祖江)은 한강의 끝줄기, 김포를 감싸고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일정 구간의 강을 일컫는다. (사진=박자애 기자)

바람이 부는 어느 다리를 지나는데 바다 한가운데에 파도의 흰 물결이 보였다. 해변도 아닌 곳에서 치는 파도란 아는 바가 없었지만 물의 빛깔도 양쪽으로 사뭇 달라 보였다. 동행했던 이에게 바다의 파도를 보게 했고 그는 연신 바다를 촬영했었다.

강물과 바다가 합쳐지는 걸까요?
그렇겠죠?

아는 바는 없지만 보이는 바다를 가르는 파도의 하얀 거품을 보며 각자의 생각에 몰두하며 우린 말이 없었다. 해변엔 군데군데 웅덩이가 있는데 그곳에 바다숭어가 보였다. 무리지은 물고기들의 유영을 오래 보았다.

철책선이 있는 곳으로 모두 모여 섰다. 이동자 수는 백여 명이 미처 안 되어 보였다.
전기가 흐르는 건 아니겠죠?
1만 볼트 고압전기가 흐른다던 비무장지대의 어느 철책선의 상황들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절대 그 전기량을 감지하지 못하겠죠?
그럼 죽죠! 지금은 아닐 거에요. 방송도 들리지 않는거 보면.

일행은 하던 말의 꼬리를 흐렸다. 감전사라고 하면 지레 겁을 먹었던 적도 있었다. 심지어 산골에 멧돼지 진입을 막기 위한 전기선만 봐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먼 길을 돌아가곤 했었다.

등대가 없는 섬, 감시초소가 있는 섬을 지나 오른 산에는 서해의 아름다운 바다풍경도 문수산성을 올라서야 겨우 바라보게 되었다. 문수산이라고 했다. 바다 건너에는 연백이라는 곳과 맑은 날엔 개성도 보인다는 말을 지나면서 누군가에게 들었다.

남한쪽의 풍광과는 대조적으로 몇채의 집이 보였다. 이른 봄으로 여기며 황량한 땅이 당연하겠다 싶었다. 나무가 많지 않은 풍경이었다.

적막강산… 백석의 시로 글을 맺는다.

오이밭에 벌배채 통이 지는 때는
산에 오면 산 소리
벌로 오면 벌 소리

산에 오면
큰솔밭에 뻐꾸기소리
잔솔밭에 덜거기 소리

벌로 오면
논두렁에 물닭의 소리
갈밭에 갈새 소리

산으로 오면 산이 들썩 산 소리 속에 나 홀로
벌로 오면 벌이 들썩 벌 소리 속에 나 홀로
정주(定州) 동림(東林) 구십여 리 긴긴 하로 길에
산에 오면 산 소리 벌에 오면 벌 소리
적막강산에 나는 있노라.

(벌배채 : 평안도 사투리 들판의 배추)

김순조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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