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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의 표정` / 조규남

기사승인 2020.07.03  11: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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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쟁이의 표정

                                조규남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에서는 교묘히 턱을 넘어야 한다

벽과 맞닥뜨린 담쟁이
손가락 벋어 얼기설기 그물을 친다
섬모처럼 돋아나는 아픔

단단한 벽에 구멍이 뚫려도
그물벽을 턱 삼아 허공을 넘겠다며 필사적인 계절의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높이 올라 신선한 공기 흠뻑 들이마셔도 발걸음 내딛는 줄기의 핏발은 검다

저마다 타고 오르는 방향이 달라 일제히 손바닥 신호 따라 구불구불

뜨거운 태양에도, 차가운 달빛에도
끄덕없는 표정
오로지 한길을 향해간다

맹지에 갇힌 듯해도 두리번거리다 다시 뻗는 손가락에서 연둣빛 촉수 반짝반짝

때만 되면 신생처럼 연단에 우뚝 서서 기염을 토해내는 저 푸른 입들

 

 

담쟁이덩굴은 곳곳에서 보게 되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아이비가 담쟁이를 닮아 화분을 사서 키우기도 했었다. 잘 자라는 넝쿨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느라 베란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었다.

시인은 자연에서 담쟁이를 자세히도 관찰하며 감탄한다. 길이 없는 곳을 만들어가는 연두빛 촉수가 미국담쟁이는 약한듯 길가에 낮은 화단에서 맴돌고 있다. 나의 행동은 맹지에서도 길을 뚫는 열정의 담쟁이로 살 수 있을는지 알고 싶다. 미국담쟁이를 닮아 화단주위만 돌아 돌아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인이 자연에서 만났던 담쟁이를 생각하며 청계산 바위에서 본 담쟁이를 담아보았다. 그리고 또 한 장은 길가에서 본 미국 담쟁이이다. 표정은 햇빛에 비쳐져 밝은 해맑음이었다.

담쟁이의 표정이란 시는 <연두는 모른다> 조규남시집에 게재되었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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