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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다` / 조규남

기사승인 2020.09.24  09: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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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다

                                조규남

은은한 염료가 사려담은 빛의 가닥이다
감빛 노을이 아니라
다소곳이 물든 복숭아빛 노을

모든 꽃들은 예쁘다 해놓고 다시 수정한다

어떤 꽃은 예쁘고
어떤 꽃은 곱다

‘곱다’는 ‘예쁘다’ 보다 여운이 깊다

바람에 걸러지고 파도에 씻겨
거친 것은 모두 쓸려나간
팔순 넘은 노인이 참 곱다
알맞게 휘발된
엷은 햇살 같은 주름이 부드럽다

서릿발에 떨던 시간 자분자분 녹아
아련하게 스며든 자리
그늘을 곱게 껴입은
잔잔한 물결 아른거린다

알게 모르게 물들고 싶도록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잘 버무려진 세월이 하도 고와
파도 일렁대던 내 마음 유순해진다


―작가노트
나이 들면 누구나 곱게 늙고 싶어한다. 그러나 생각대로 살아온 흔적이 새겨지지 않는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나의 흔적은 어떻게 나를 보여주고 있는가! 오늘도 내일도 또 모레도 곱게 물들고 싶다.

 

남양주 어느 마을 저녁 풍경이 아름답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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