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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 7층보탑의 석가모니 수인

기사승인 2020.09.26  17: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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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일주문 안에 핀 꽃 무릇

우선 7층 석탑을 보기 전에 길상사에 대한 내력을 잠깐 짚어보기로 한다. 성북동 길상사는 생전에 법정스님의 법회가 자주 열렸던 곳으로, 입적하시기 하루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무신 곳이기도 하다.길상사라고 이름 붙여지기 전에는 유명한 대원각이라는 비밀요정이었다. 이곳에서 정치인들이 술판을 벌였을 당시 음모와 기타 등등 부패와 연결된 상상은 끝도 없다.

이 굴곡 많은 장소의 역사는 너무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김영한이라는 여인이 시인 백석과 사랑을 했지만, 기생이란 신분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다.그러나 그녀는 지독하게 부를 일구었고, 이곳에 땅을 사들여 요정 사업을 하게 됐다. 나중에는 불교에 귀의하게 되어 법정스님께 그 당시 천억이라는 엄청난 재산을 희사하려 했고, 스님은 10년 동안 고민하시다 결국 받아들이고 대한불교 조계종 대각사로 귀속시켰다.
그녀는 법명도 받았는데 김 길상화였다. 그 후 길상사라는 이름의 사찰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때가 1997년이었으니 오래되지 않은 시기였다.

 

(좌)대웅전 대신 극락전이다. 안에는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우)길상7층보탑은 2012년에 경기도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경내에는 여러 부속 건물과 법정스님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진영각을 비롯하여 7층보탑, 관음보살 등이 눈에 띈다. 제일 신기한 건 7층보탑으로 다른 사찰의 석탑하고 모양새가 좀 다르다. 불교의 집합체 같은 그런 이미지가 있다.

원래 7층석탑은 9층석탑으로 경기도 청평 부근에 있던 것을 영안그룹 백성학 회장의 주선으로 이곳에 옮겨왔고, 2개 층을 낮추어 7층으로 2012년에 세워지게 되었다. 그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또한, 그 당시 미얀마의 오래된 탑을 해체하는 도중 부처님 사리가 발견되어 이곳으로 모셔와 봉안되었다 한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 그림. 확대해야 볼 수 있다.

후원은 법정스님의 종교화합이란 뜻을 되새기는 의미가 반영돼 있다. 특히 법정스님은 김수환추기경님과 두터운 신뢰로 명동성당에서도 법회를 가질 정도였다 하니 그들의 친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다.

석탑의 모양을 보면 지혜와 용맹을 상징하는 사자 4마리가 석탑을 떠받들고 있다. 입 모양이 다른데 입을 열고 있는 모습의 사자 2마리와 오무리고 있는 모습의 사자 2마리, 이렇게 총 4마리이다. 교와 선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이 단순한 모습에 심오한 내용이 있다니 머리가 절로 끄덕여진다.

또한, 사자가 가장자리를 수호하고 있고 가운데 작은 부처님 불상이 사방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여기서 대충 보고 갈 수도 있는데 안내글에 보면 손의 모양이 각기 다르고 그 이름들이 써있다.

 

(좌)사자 4마리가 탑을 떠받치고 있다. 입모양으로 교와 선을 알 수 있다. (우)전륜인. 둥글게 두루두루 불법을 설파하라는 의미

 

여러 손 모양 중 4가지가 이 석탑에는 표현되어 있다.
첫 번째, 선정인은 석가모니가 깊은 생각에 잠겨 참선하는 모양이다. 두손을 모으고 있는 자세이다. 두 번째, 항마촉지인은 석가모니가 성도할 때 취했던 자세로 한손은 무릎에 대고 나머지 손가락은 땅을 가리키는 자세이다. 즉 마왕을 굴복시키고 땅을 가리키는 것은 지신으로 하여금 내가 석가세존임을 증명하라는 의미가 있다. 세 번째 통인. 이 자세는 여원인과 시무외인 둘을 합한 모양이며, 이것은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여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편안케 한다는 의미이다. 네번째 법륜인. 손가락으로 수레바퀴 모양인 원을 만드는 모양으로 향락과 고행을 버리고 중도의 길로 두루두루 불법을 설파하라는 뜻이란다.

 

(좌)관음보살상.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님의 걸작 (우)맑고 향기롭게 라는 시민단체도 법정스님의 뜻을 기리며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던 불상들이 꽤 많았다. 이번을 기회로 종교를 떠나서 석가모니의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특히 법정스님의 열린 자세는 종교를 불문하고 생명존중과 무소유를 설파했고 만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승려이자 철학가였다.

코로나19로 심신이 피폐해지고 우울할 때 길상사로 가보자. 일주문을 들어서면 활짝 핀 꽃무릇이 반길 것이고 그 위에는 성모마리아와 쌍둥이 같은 느낌을 받는 관음보살상이 버선발로 나오시며 환영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책을 내셨다. 원래 요정 주인인 김영한은 무소유를 읽고 시주할 뜻을 굳혔다 한다.

최서현 기자 lavita55@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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