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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 복효근

기사승인 2021.08.04  10: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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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잎
                                복효근

국물이 뜨거워지자
입을 쩍 벌린 바지락 속살에
다시 옆으로 기어서 나올 것 같은
새끼손톱만한 어린 게가 묻혀있다

제집으로 알고 기어든 어린 게의 행방을 
고자질하지 않으려
바지락은 마지막까지 입을 꼭 다물었겠지
뜨거운 국물이 제 입을 열어젖히려 하자
속살 더 깊이 어린 게를 품었을 거야
비릿한 양수 냄새 속으로 유영해 들어가려는
어린 게를 다독이며
꼭 다문 복화술로 자장가라도 불렀을라나
이쯤이면 좋겠어 한소끔 꿈이라도 꿀래
어린 게의 잠투정이 잦아들자
지난 밤 바다의 사연을 다 읽어보라는 듯
마지막은 책 표지를 활짝 펼쳐 보인다
책갈피에 끼워놓은 꽃잎같이
앞발 하나 다치지 않은 어린 게의 홍조

바지락이 흘렸을 눈물 같은 것으로
한 대접 바다가 짜다



여름이 되면 바다에 가보자고 조르던 초등생이었던 막내가 중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과 정직원 취업 후에 바쁜 일과를 지내는 듯하다. 근간 소식에는 코로나로 재택근무라 한다. 아마도 겨우 짬을 내어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라도 걷길 좋아라 할 거 같다.

2000년 중반 즈음이었다. 초등고학년이었던 막내는 유독 바다보기를 청했었다. 전철과 시외버스, 택시를 타고 간 곳이 연안부두이거나 서해바다 어느 곳 뻘이었다. 작은 게들은 우리들의 발걸음 소리에도 민감하여 모두 숨는다. 더러 방파제에 올라온 작은 게도 집어 올려 관찰을 하고는 뻘로 내려주었었다. 을왕리 바다주변 어느 가게에 들러 모듬조개구이를 주문했었다. 눈물 같은 짠 물이 정말 조개껍질 움푹한 곳에 고여 그걸 마셔보기도 했었다.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려 가까이 갔으나 해변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이 너무나 많았었다. 페트병과 비닐과 끊어진 줄과 나뭇가지들을 모두 주워 막내와 함께 공동쓰레기장에 옮겼었다. 해변으로 돌아와 바다를 감상하는 내내 우리가 했던 청소가 뿌듯하기도 했었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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