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성스러운 도리, 학문 연마 다짐한 동냥들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 보물 제1411호)은 1934년 5월4일 경상북도 경주시 현곡면 금장리 석장사(錫杖寺) 터 부근에서 발견된 돌이다. 비문(碑文)의 첫머리에 壬申年이라는 간지(干支)가 있어 명확하지는 않으나 화랑도가 번창하던 552년(진흥왕 13), 또는 612년(진평왕 34) 임신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국 두 화랑이 부끄럼 없이 살 것과 나라에 충성할 것, 학문에 전념할 것을 맹세한 내용으로, 구획선 없이 5행(行) 74자의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한자 배열이 국어 어순 투로 되어 있다.
서천전(誓天前, 맹세한다. 하늘 앞)이 아니라 천전서(天前誓, 하늘 앞 맹세한다.)와 같이 서술어가 목적어나 보어, 부사어 앞이 아니라 뒤에 오는 차자(借字) 표기법인 서기체(誓記體)가 사용됐다. 서기체에 따르면 ‘책을 읽는다’는 ‘독서’가 아닌 ‘서독’이 된다. 서기체는 후에 조사와 어미까지 표기하여 문장의 의미 및 문맥을 분명히 하는 이두(吏讀)로 발전한다.
요사이 때아닌 멸공(滅共) 논란 속에 15세기 전 도덕적 삶과 학문적 삶을 희구하던 두 동량(棟梁)의 성찰과 다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변자형 기자 asadan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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