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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 이건청

기사승인 2022.08.10  22: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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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이건청

곡마단이 왔을 때
말은 뒷마당 말뚝에 고삐가 묶여 있었다.

곡마단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갈 때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i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하루종일 묶여 있었다.

날이 저물고, 외등이 환하게 밝혀지고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
말은 그냥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곡마단 곡예사가 와서 고삐를 풀면
곡예사에 끌려 무대에 올라갔는데
말 잔등에 거꾸로 선 곡예사를 태우고
좁은 무대를 도는 것이 말의 일이었다.

크고 넓은 등허리 위에서 뛰어오르거나
무대로 뛰어내렸다가 휘익 몸을 날려
말 잔등에 올라타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곡예사는 채찍으로 말을 내리쳐
박수 소리에 화답해 보였다

곡예사가 떠나고 다른 곡예사가 와도
채찍을 들어 말을 내리쳤다.
말은 매를 맞으며 곡마단을 따라다녔다.
곡마단 사람들이 더러 떠나고
새 사람이 와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i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평생을 거기 그렇게 묶여 있을 것이었다



1960년 즈음 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나는 숙모 손을 잡고 장날에 읍내에 갔다. 처음 말을 보았다. 말은 연탄을 실은 수레를 끌고 있었다. 나보다 큰 오빠들이 달리는 수레 뒤에 매달려 속도감을 즐기는 듯했다.
1970년에는 중학생이 되었는데 등교시간에 본 말은 키가 컸었다. 세 마리의 말은 가족인 듯한 사람들을 각각 태우고 가회동 언덕으로 달렸다. 아스팔트에 내딛는 따각따각 말의 발걸음 소리는 지금도 귀에 울리는 듯하다.
어른이 된 후에 본 말은 제주도에서였다. 몽골 말들의 공연을 보았다. 말들은 결코 초원이 아닌 원형극장 안에서 빠르게 달렸다. 섬에서 말들의 공연은 한동안 열렸었다.

 

김보미 「귀로」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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