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꽃
고영숙
소꿉놀이 하다가
그만 그릇에 담긴 달빛이 엎질러졌다
울컥울컥 푸른 자국마다
흐드러진 달빛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한 점, 은빛조각에
덜컹 그리움이 잘리고
흘러내리는 노을빛 진물
시린 발목이 물결을 건너느라
치잣빛 시절이 일렁인다
젖은 눈시울 하나 뒤척이다
환한 꽃빛으로
한 생을 피우는 일,
오래된 기억의 신전
달을 받들고 서 있는 달맞이꽃
―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친구의 따님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다. 맛난 점심은 뷔페였는데 가을호박죽과 버섯잡채 등을 골랐다.
어린 시절 소꿉놀이가 기억난다.
너는 아빠해.
나는 엄마.
밥은 무얼로 할까. 왕모래를 운동장에서 한 줌 주워 풀잎을 뜯어다 밥과 반찬으로 차렸었다. 그렇게 놀던 아이들이 진짜 엄마, 아빠가 되고 아이들이 결혼을 했다. 이제는 육아와 경제활동들이 줄고 남는 시간들이 많다. 산책 후엔 이른 저녁식사와 함께 눕자마자 아늑한 꿈나라로 간다. 달콤한 잠은 소꿉놀이 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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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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