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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미술관

기사승인 2023.05.23  20: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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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스페인 여행후기 미술관편

마드리드에는 3개의 커다란 미술관이 있다. 그중 티센 보르네미사(Thyssen-Bornemisza) 미술관은 못 보고 스페인 왕비 이름을 딴 레이나 소피아(Reina Sofía) 미술관과 프라도(Prado) 미술관을 관람하였다.

 

[위]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피카소, 달리, 호안 미로 등 주로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아래]프라도 미술관 전경. 외부는 아담하지만, 실내는 엄청난 크기이다.

 

소피아 미술관은 마드리드 중심부의 아토차 기차역 바로 길 건너에 있고, 20세기와 현대미술이 전시되어 있으며 사진 촬영도 가능했다. 피카소, 달리 그리고 미로의 그림들이 상당수 전시되어 있으며 기간별로 현대작가들 작품이 특별 전시되기도 하지만 상설전시장에는 가장 잘 알려진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ica)가 하이라이트였다.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서 충격적으로 봤던 그림이 이곳 벽면 한 곳을 차지하고 많은 관람자가 모여있었다. 전쟁의 처참함과 인간의 포악성을 드러낸 현실 고발과 함께 평화를 부르짖는 작가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프랑코가 독재하는 국가에서 게르니카를 전시할 수 없다며 오랜 세월을 뉴욕에서 전시하다 우여곡절 끝에 소피아 미술관에 전시되었다 하니 그림의 운명도 기구한 편이다. 또 다른 한국전을 소재로 한 끔찍한 그림 앞에 서는 순간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밖에 조형물이 어찌나 많은지 그는 단순 회화작가는 아니었다.

 

피카소의 한국전쟁을 소재로 그린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그림. 참혹하고 포악한 전쟁을 세상에 알려 평화를 염원하는 절실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

 

달리는 2016년 한가람 미술관에서 샤갈, 뷔페와 함께 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어서 그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신기하게 감상했던 적이 있었다. 역시나 상상을 초월한 작품들이 많아서 재미와 흥미를 더했다. 달리 작품 옆에는 미로의 작품들이 많았고 관람객들이 많이 모여있으면 그 작품은 유명세를 탄 것이어서 얼른 합세해 작품을 보게 된다. 그의 작품 중 「파이프를 문 신사」가 인상적이었다.

다음날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침 일찍 이슬비를 맞으며 매표소에서 티켓팅을 하고 여유 있게 오픈 시간까지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면서 유명한 학술원 음악원 등의 건물도 둘러보게 되었다. 미술관 입구에 서 있는 고야의 동상은 그 아래 누워있는 마야부인 때문에 더욱 고야가 대단해 보였던 동상이었다. 그만큼 스페인에서는 고야의 위치가 스페인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로 존경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니 내부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전날 우리 팀을 가이드하는 선생님이 짧은 시간에 유명 그림들을 볼 수 있는 방 번호가 적힌 브로셔를 나눠주셨다. 바로 꿀팁이었는데 이것 없이는 우왕좌왕하다 시간만 보낼 뻔하였다.

 

[좌]호안 미로의 「파이프를 문 남자」. 단순하면서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우]프라도 미술관 입구에 서 있는 고야동상. 그 아래에는 마야부인이 누워 있다. 고야는 스페인의 자부심이며 여러 천재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예술가이다.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으로 700~80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소장은 10배에 달한다니 이 그림들을 짧은 시간 내에 본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곳에만 일주일 내내 하루 종일 관람해야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림 전공이 아닌 일반관람객들은 보통 짧은 시간 내에 몇 개의 유명작품만 감상할 뿐이다. 선생님 덕분에 꽤 많은 작품을 헤매지 않고 보게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은 사진 촬영금지이다.

바로크미술을 대표하는 벨기에 화가 루벤스를 비롯 「공주와 시녀」 「카를 4세 가족 초상화」 등으로 유명한 스페인 벨라스케스의 작품 앞에 역시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고야의 「사투르노」 「옷벗은 마야」와 「옷입은 마야」 등을 보노라니 20년 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의 고야 전시가 떠올랐는데 당시에는 그의 초기작품과 고문하는 끔찍한 소묘와 판화 작품들이 많았다. 그때는 이해를 못 했으나 고야 평전이 나오고서야 그의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평전에 의하면 그는 궁정화가였지만 성격은 괴팍하였고 나폴레옹 침입 당시 전쟁의 참화를 고발하는 등 정부에 반기를 들기도 한 진보성향의 화가였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희생당하는 민중을 가감 없이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주지만 평화를 암시하고 있다. 피카소는 고야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이기도 하다.

프라엔젤리코의 「수태고지」도 프라도 미술관 소장품 중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한다. 엘그레코의 「삼위일체」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목동들의 경배」 등은 어두운 성당 안에서 봤던 그림보다 훨씬 색채가 선명하고 화려했다.

마지막으로 보쉬의 「쾌락의 정원」은 나에게 특별했는데 기타왕립대학교를 다니셨던 기타 선생님께서 선물로 엽서를 주셨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 실제 크기로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몇백 년 전 작품이 현대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천국과 현세 그리고 지옥 이렇게 세 폭짜리 병풍화로 성당의 제단화이기도 하다. 소름 끼치는 것은 지옥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온갖 고통의 완결편이다. 쾌락의 종말임을 경고하는 것이다. 보쉬는 네덜란드 태생이지만 스페인에서 패널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한다.

고야, 벨라스케스나 건축가 가우디를 비롯 피카소, 달리 등의 걸출한 인물들은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스페인 국민들의 자부심에 한 몫을 단단히 차지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첫째 날과 마지막 여행지인 마드리드에서는 풍성한 미술작품으로 그림을 좋아하는 이에겐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햄으로 올리브와 함께 와인과 곁들이는 스페인 전통음식이다. 위에다 매달아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서현 기자 lavita55@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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