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해장국
고계숙
어둠 속에 웅크리고 모여있는 작은 알들
물을 주면 서서히 세상 밖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내민다
한 줌 밖으로 나와
눈꺼풀 벗겨지고 샤워를 하면
여기가 어디냐고 물음표를 던진다
뜨거운 열탕으로 들어가면
얼큰한 해장국이 되어
누군가의 목젖을
환희로 적신다
해장국 한 그릇에
삶의 음표를 띄우며
송두리째 몸 바친
음표의 맛
―
웃목에 자리했던 콩나물시루가 기억난다. 시루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이제는 음악으로 들려오는 듯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 비로소 살맛 나는 세상임을 실감한다. 또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시장기가 있을 때에 콩나물 해장국 한 그릇에 배가 부르고 행복해진다.
이처럼 맛깔 나는 음식을 시로 만드는 시인이 있다. 시를 읽고 공감하는 필자도 행복해진다. (글: 시인 김정조)
한국여성연합신문 webmaster@kwanews.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