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 음
강상기
독재자나 성직자는 인간의 웃음을 뺏는다
웃음이 사라져 엄숙하고 심각하게 한다
웃음은
모든 구분을 사라지게 하기에
인간이 병들고 허약하도록
웃음을 뺏는다
그래야 동상이나 석상 앞에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이거나
무릎을 꿇는다
우리는 웃음을 뺏기고 살 수는 없다
참지 마라 즐겁게 웃자
온몸의 세포가 춤추도록 신나게 웃자
―
연극 맥베스를 보러 갔다. 언니의 웃는 모습을 담아본다. 나도 웃는다.
극 중에 왕은 결코 웃음이 없다. 소소한 문지기는 세상일이 그저 그렇게 돌아간다는 걸 아는 것 같다. 무대아래서부터 등장하여 편안한 말씨로 극을 이어갔다. 악의와 욕심도 없다. 2시간 공연에 인터미션이 없으므로 문지기는 찬스출연 같아 가장 편안했다.
왕권찬탈의 음모와 방어, 새들의 현란한 출현, 굉음과 무대세트, 무기들이 주는 중압감에서 잠시 신선한 공기 같았다. 스토리에 충실했던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멋지다. 음성이 2층에서도 쩌렁 울린다. 칼싸움에는 스피드에 매력을 둔다. 드디어 맥베스의 목을 베어낸 결말에는 숨이 쉬어졌다. 순교자가 아닌 죄인으로 잘려진 목을 보았다.
극은 한숨에 지나갔다. 맥베스에게 응징이 있고 새로 왕관을 차지하게 되는 왕의 옆에 김대진 배우를 나는 알아보았다. 눈이 번쩍 떠졌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