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과 감시
이승하
존재가 존재를 감금한다
존재는 존재를 변호 못 한다
분식집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음식값을 다 내지 못했다는 죄
하느님이 벌을 내릴까 말까 고민하던 사이
식당주인의 신고로 죄인이 된다
꾀죄죄한 행색,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횡설수설
이국에서 온 여인이 한 말이
자국인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는 세상
구릉이 많은 나라에서 온 찬드라 구릉
당신 미친 거야, 정신병원에 있어야 해
미치지 않은 사람도 미칠 노릇인
6년 4개월의 세월, 강제투약을 당하며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
그녀의 고향은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가 있는
가장 높은 하늘을 지닌 나라 네팔
사지 멀쩡한데, 하늘 우러러보며 살았을 뿐인데
존재가 존재를 감시한다
우리가 잡아 가둔 2310일
무시하고 무시당한 무시무시한 세월
―
버스를 탔다.
거 좀. 안 내릴 거면 벨을 누르지 마세욧.
기사의 고함이 컸다.
거푸 세 정거장을 가는데 하차 벨은 계속 울렸고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피부가 거뭇하고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를 입은 외국인이 말했다.
저는 아니에요.
발이 아파 얼음찜질에 꼼짝 안 하고 있는데 왜 그래요.
버스 하차벨 신호가 또 울렸다.
기사의 고함은 천정을 찔렀다.
제가 보고 있었는데 이분 벨을 안 눌렀어요.
저도 봤어요. 벨이 고장인가 봅니다.
기사님이 사과하세요.
아이쿠 미안합니다.
큰 눈을 껌뻑이던 외국인이 자꾸만 생각나던
어느 날 버스 안의 광경이었다.
한 마리 벌은 아주 자그마한 박주가리 꽃송이에서 꿀을 따느라 분주하게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정말 부지런하고 참 신기하기도 하여 삐질삐질 땀을 흘리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진=이용식) |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