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리티지 오픈하우스’로 건축 시간여행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는 10월5일(토),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건축 복원 기술 현장답사 ‘헤리티지 오픈 하우스(Heritage Open house)’ 군산편을 진행했다.
이날 답사는 송석기 교수(군산대 건축공학부)와 이창배 소장(제이엠 건축사사무소)이 맡아 안내했다. 군산 원도심의 몇몇 답사지를 좇아본다.
①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부잔교)
‘뜬다리 부두’라는 별명을 가진 부잔교는 물에 뜰 수 있는 부체를 길게 연결하여 배가 정박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이다. 간조와 만조의 수위 변화와 무관하게 대형 선박을 접안시키기 위해 조성하였다. 군산항의 제3차(1926~1932)와 제4차(1936~1938) 축항공사를 통해 6개의 부잔교가 설치되었는데, 현재는 3개만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해마다 쌀수확량의 절반가량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그중 25%인 220만석 정도가 군상항을 통해 나갔다고 한다.
부잔교는 영화 「타짜」(2006)에서 고니(조승우 扮)가 아귀(김윤석 扮)와 한판을 벌이기 위해 건넜던 다리로 등장한다.
②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경제수탈을 지휘했던 조선은행의 군산지점이 있던 곳이다. 1909년 대한제국의 국책은행인 舊 한국은행이 병합 이후 조선은행으로 개칭되어 조선총독부의 직속 금융기관 역할을 담당했다.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與資平)가 설계하여 1922년 준공한 건물은 외벽에 붉은 벽돌과 대리석을 사용하였다. 정면에 돌출 현관을 중심으로 평아치를 5개 세우고, 양쪽에 각각 1개씩 반원형 아치를 두었으며, 외벽 중간 보머리를 상징하는 화강석을 끼워 장식하였다.
광복 후에는 한일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때는 민간으로 넘겨져 나이트클럽 등으로 변용되어 내부 구조가 많이 바뀌고 화재를 겪기도 했다. 2008년 보수·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채만식의 장편 「탁류(濁流)」(1937~38)에서 정초봉의 남편 고태수가 근무했던 ××은행이 이곳 조선은행 군산지점이다.
③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과거 무역항으로 해상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근대문화 자원을 전시하는 곳이다. 박물관 건물은 1920년대 근대도시 이미지를 형상화해 설계한 것으로, 2010년 공공디자인 부문 우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1912년 어청도에 축조된 하얀색 등대 모형을 볼 수 있다. 1층은 해양물류역사관, 2층은 옥구농민항일항쟁 기념전시실, 3층은 근대생활관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④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중일전쟁 이후 일제가 종합적인 식량관리통제 시스템으로 설립한 조선식량영단의 군산출장소 건물이다. L자형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초기 양식주의에서 모더니즘 경향을 일부 보여주는 과도기적 특징을 나타낸다. 미곡수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물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영화 「화려한 외출」(2007)에서 강민우(김상경 扮), 박신애(이요원 扮), 강진우(이준기 扮)가 함께 영화를 보던 문화극장으로 등장했다.
5일 낮, 2024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군산편 참가자들이 ‘舊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건물을 돌아보고 있다.(사진=김금호) |
⑤ 구 군산세관 본관, 창고
수출입 세관업무를 보도록 설치한 군산세관의 청사 건물로 순종 때인 1908년에 완성되었다. 설계자는 독일인 건축가로 알려졌는데, 물고기 비늘모양의 슬레이트 지붕 위에 3개의 첨탑이 솟아 있다. 현재 호남관세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창고 건물은 2018년 ‘인문학창고 정담’ 카페로 재탄생하였다.
10월5일, 2024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군산편 참가자들이 ‘인문학창고 정담’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김금호) |
이날 답사 참가자들은 카페 정담에서 차와 커피를 나누며 △우리 곁에서 생생한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은 과거로부터 수리와 복원을 거친 시대적 산물이며 △복원이란 단순히 과거의 건축물을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는 과정이 돼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건축답사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2024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위탁주관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변자형 기자 asadan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