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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를 읽고

기사승인 2019.07.04  19: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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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되었다.

층수가 높은 어느 건물 화단에는 조금의 빈 땅이 있다. 그곳에 ‘엘레강스라’는 이름의 백합과 해바라기가 피었다. 푸른 셔츠를 입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꽃을 감상하고 있는 듯했다. 약간의 경계를 두는 그에게 나는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꽃이 참 예뻐요. 사진을 좀 찍을게요.”

그는 아무 대꾸도 없이 뒤를 돌아 건물의 현관을 향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말의 인사가 더 필요했을까 싶은 순간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꽃을 좋아하는 데에서 비롯된, 그에 가까이 다가가는 행위는 나의 어떤 욕구로 본다.

칸트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목적을 가진다고 했다. 혹시나 꽃을 감상하는 그에게 방해가 되었을까.

지하도로 내려가야 했던 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목적지에 다다랐고 지인을 만났는데 그녀는 현관문을 열어주고 나에게 지나가라고 싸인을 했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처럼 배려하는 마음은 일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계속적인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존재에 다가가고자 하는 행위는 어떤 힘을 갖는다고 믿는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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