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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A Rose for Emily)

기사승인 2020.07.21  1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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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를 증산동 소재 ‘살롱도스토예프스키’라는 헌책방에서 샀다(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02). 읽을 책들이 쌓여가니 외출하는 일도 생략했다. 7월 장맛비에 곳곳에 피해가 있어 염려되기도 했다.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는 유튜버에 영화검색 『A Rose for Emily』로도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미국 제퍼슨(Jefferson City)이고, 등장인물은 완고했던 제퍼슨시의 유지와 딸 에밀리 그리어슨(Emily Grierson), 그의 친척들과 시장과 시의원들, 미국 북부인이었던 도로 공사장 감독과 흑인 노예들과 마을 사람들이다.

1894년에 마을 유지가 죽었다. 그가 죽자 마을은 현대적인 신념을 가진 다음 세대가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세금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시장은 유지가 나라에 돈을 빌려준 공적으로 세금을 면제해주기를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는다.

제퍼슨 전투가 있던 시기였다. 딸 에밀리가 물려받은 재산으론 집이 한 채였다. 에밀리에게 어떤 삶이 펼쳐지는지 마을 사람들의 관찰자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에밀리는 평생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갇혀버린다. 무수한 청년들을 마땅하지 않은 사윗감이라고 하던 아버지에게 에밀리는 한 번도 반론을 내지 않는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며칠이 지나고 마을 부인들이 방문하여 공권력이라도 와야겠다는 회유가 있고서야 겨우 장례를 치렀다.

제퍼슨에 일하러 왔던 북부사람 호머 배런(Homer Barron)이 에밀리의 연인이 되어 지냈다. 마을 공사가 끝나자 호머 배론은 에밀리를 떠났다. 에밀리가 오랫동안 외출을 하지 않았지만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여겼다.
마을 사람들은 에밀리가 70세가 넘어 죽을 때까지 그녀를 주목했다. 장례를 치르게 된 그녀의 친척들이 40여 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에밀리의 방을 찾았다.

에밀리의 처연했던 삶의 순간들을 말해주는 소설의 마지막 문단을 옮겨본다. 

그 남자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참 동안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움푹 파인 그 해골의 환한 미소를 내려다보았다. 그 주검은 한때는 포옹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음에 분명했지만, 지금은 사랑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자신을 저버린 일그러진 사랑마저 정복해 버린, 긴 잠에 빠져 있었다. 잠옷 아래에서 썩어 간 그의 잔해는 그가 누운 침대에 그대로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위에, 그리고 그의 베개 위에도, 끈질기게 견뎌온 세월의 먼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두 번째 베개 위에서 머리가 놓였던 움푹한 자국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거기서 뭔가를 집어 들었고, 그것을 보려고 몸을 기울이자 그 희미하고 잘 보이지 않는 메마른 먼지 같은 것이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우리가 본 것은 한 올의 기다란 철회색 머리카락이었다.

*월리암 포크너(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

 

(그림=김보미)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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