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기사승인 2021.04.21  11:22:45

공유
default_news_ad1

- 유일상조 주항유-오정애 부부의 따뜻한 상장의례②

(1편에 이어서)
며칠 후 자리를 마련하여 막내아들과 조용히 점심을 함께했다. 왜 그런 분위기였냐고 물었다.

형을 본 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많던 임야(林野), 부모님이 남기신 유산은 형이 독식했고 최고 명문대를 나온 형은 정부기관의 요역에서 정년을 마치셨고 요양원 입원 전 어머님을 모시던 막내아들에게 “전세자금은 좀 주어라”라는 영면 전의 어머님 부탁을 큰아들은 승낙했지만, 아직까지도 실행이 없었고 막내도 이미 포기했다고.
학력도 짧은 막내는 노가다 현장을 전전긍긍하며 하나뿐인 외동딸, 늦둥이 초등학생 딸을 위해 좋아하던 술을 끊은 지도 5년이 되었다며 열심히 사는 삶을 이야기했다. 아마도 동생들은 이번 어머님 장례後 다시는 형과 형수 가족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그 많은 떡고물! 유산의 분배과정은 오히려 자식을 망치는 역할을 한 것이리라. 지혜로운 父母의 유산 남기는 과정은 각자 다른 모습의 색다른 과정의 人生을 만드는 것을 많이 본다. 정직하게 땀 흘려 제 손으로 일구어낸 돈만이 내 돈이다. 남기는 넘겨주는 유산은 득이 아닌 독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많은 분들이 못 깨닫고 생을 마감하신다.

내가 모은 돈, 우리 부부가 만들어 온 그 재산은 나를 위해, 우리 부부의 즐거운 삶을 위해 다 써야 한다. ‘죽을 때 500만원만 장례비용으로 남기고 다 쓰고 죽어라’라는 황창연 신부님의 명강의가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 장례였다.

父母님, 그분들의 삶의 여정을 생각해본다. 장남에게 all in 해서 다른 동생들은 배움도 남기지 못했다. 10여년前 먼저 가신 아버님도 그냥 산에 散骨하셔서 무덤도 없고 또 이번 어머님도 그냥 산골해 드리고 정리해 드리면 두 분의 산소 흔적도…

나름 장남의 生의 가치만 文化의 차이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냥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부모님의 자리가 아닐까 하는 내 생각이 너무 단편적일까? 깔끔하게 끝낸 장례 후의 자리가 씁쓰레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부부만의 느낌일까?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의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전화가 왔다. 다른 지인이었다. 친척 모친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며 우리 부부에게 부탁을 해왔고 이어서 소개받은 모친 환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많이 힘드시죠? 연락받았습니다. 어머님 돌아가시면 제일 먼저 저에게 연락주세요. 저희는 단 한가지 특별함이 있습니다. 장례時 일반 여타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은 준비된 순서대로 직원들이 일하지만, 「저희는 일이 아닌 ‘葬禮’로서 저희 부부가 직접 이 일을 합니다. 처음, 입관, 마지막 3일까지 모든 과정을 저희 부부가 합니다.」라고…

이제 많이 남지 않은 중·후반부터 우리 부부의 삶에 ‘장례’라는 축복의, 가장 가치 있는 이 일이 일이 아닌 葬禮로서 우리 부부에게 다가온 것은 우리 부부의 큰 축복이리라!

유일상조 주항유 대표

장례 기간 이틀째 장례식장 에레베타에서 젊은 팀장을 만났다. 와장, 견장을 단 단정한 모습의 그 팀장이 인사를 하며 “요즈음도 색소폰 연주하시죠?”라고.
아! 예!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습니다. 좀 더 분위기 있고 부드럽고 편한 音色의 악기이기에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예민하고 어렵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레퀴엠’ 고인의 마지막 여정인 장례과정에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아, 네! 대표님 저희 딸에게도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꼭 잘 연주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십년이 넘은 첫 시작에부터 장례에 삼중주, 레퀴엠을 진행해 오던 것이 요즈음 조금씩 타 행사에서 곡 연주하는 것을 보면서 현명한 선택에 나 자신 미소를 지어본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덧없어라.” 록펠러의 「청춘」이란 詩 중간 귀절이다. 정말 잘 연주하고 싶다.

《청춘》
아흔다섯의 할머니가 묻는다. “정순아 니가 올해 몇이로”
“엄마 내 벌써 쉰아홉이다.”
팔각산을 응시하던 할머니가 읊조린다. “청춘이네…”
쉰아홉 청춘은 모처럼 청춘답게 웃는다.

何常師之有 어찌 일정한 스승이 있으리오

장례는 보여주는 것이다.
人生은 보여지는 것이다.
장례 행사 중의 모든 과정은 보여주는 것이다.
보여줌의 그 과정을 故人과 유족에게 선사하리라.
우리 부부 파이팅!

― 笑潭 주항유 (유일상조 대표)

 

이수정 기자 openpage8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