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 없는 새떼들의 자유
신경희
세상은 누군가 그어 놓은 수직선
그 선을 늘었다 줄이기를 반복하는 낙하하거나 고공행진하는
그 선이 사라질 때까지 하는 놀이
모든 선들이 수평을 이룰 때까지
서쪽 하늘을 훨훨 수평으로 날고 있는 기러기 떼
국경이 없는 새떼들의 자유
우리들은 절대 차지하지 못하리
모든 선들이 수평을 이룰 때까지
―
계양역에서 가까운 아라뱃길을 걷다가 새들의 모습을 보다.
1960년 초반에 나는 칠곡 낙동강변 관호동에 살았었다. 삼촌과 후로키란 이름의 개와 나는 부산에서 밤기차를 타고 온 곳이다. 엄마는 부산에 있었다.
다섯 살 나는 안방 뒷문에서 자주 새들을 보았다. 나는 그냥 울었다. 엉엉엉.
숙모는 날아가는 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구야 저 새들을 좀 보래이.
기룩 끼룩. 많은 새들의 울음은 나의 울음을 삼켰다. 새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나는 또 그냥 울었다.
숙모는 다락에서 빠다를 수북이 한술 떴다. 아랫목에 묻어둔 뜨거운 밥그릇도 꺼내었다.
앗. 뜨거라. 왜간장을 반숟가락 밥에 넣고 비볐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에게 이른 저녁을 먹게 했다. 아가였던 나는 스스로 먼 길을 이동하지 못했다.
이십 년이 지난 후에 여행을 부산으로 가서 엄마를 만났다. 배우자와 같이 있던 나에게 엄마는 말했다. 아이고오. 이제는 이자뿌겠다. 너거들 잘 살그래이.
부산역 앞에서 엄마와 우리는 차를 마셨다. 엄마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박한규 포토 |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