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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이 없는 새떼들의 자유` / 신경희

기사승인 2022.12.06  19: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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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이 없는 새떼들의 자유

                                            신경희
 
세상은 누군가 그어 놓은 수직선
그 선을 늘었다 줄이기를 반복하는 낙하하거나 고공행진하는
그 선이 사라질 때까지 하는 놀이
모든 선들이 수평을 이룰 때까지
서쪽 하늘을 훨훨 수평으로 날고 있는 기러기 떼
국경이 없는 새떼들의 자유
우리들은 절대 차지하지 못하리
모든 선들이 수평을 이룰 때까지


계양역에서 가까운 아라뱃길을 걷다가 새들의 모습을 보다.
1960년 초반에 나는 칠곡 낙동강변 관호동에 살았었다. 삼촌과 후로키란 이름의 개와 나는 부산에서 밤기차를 타고 온 곳이다. 엄마는 부산에 있었다.
다섯 살 나는 안방 뒷문에서 자주 새들을 보았다. 나는 그냥 울었다. 엉엉엉.
숙모는 날아가는 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구야 저 새들을 좀 보래이.
기룩 끼룩. 많은 새들의 울음은 나의 울음을 삼켰다. 새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나는 또 그냥 울었다.
숙모는 다락에서 빠다를 수북이 한술 떴다. 아랫목에 묻어둔 뜨거운 밥그릇도 꺼내었다.
앗. 뜨거라. 왜간장을 반숟가락 밥에 넣고 비볐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에게 이른 저녁을 먹게 했다. 아가였던 나는 스스로 먼 길을 이동하지 못했다.
이십 년이 지난 후에 여행을 부산으로 가서 엄마를 만났다. 배우자와 같이 있던 나에게 엄마는 말했다. 아이고오. 이제는 이자뿌겠다. 너거들 잘 살그래이.
부산역 앞에서 엄마와 우리는 차를 마셨다. 엄마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박한규 포토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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