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다구리의 등기부등본
김자현
내 나라 내 땅은 나의 영토이며 나의 정원이다
등기부 등본에 이름 석자 박지 않은 산도 호수도 모두 우리의 것, 당신의 것이다
사들이지 않고도 당신의 발길 닿는 곳이 당신의 동산이고 방문하는 곳이 내 후원이요
내 거실이다
해가 뜨고 지고. 뻐꾸기 우짖는 당신의 정원에 쓰레기통 들고 와 비워야 되겠는가
엄밀히 말한다면 이곳의 주인은 본시 우리가 아니다
옛날 옛적부터 딱다구리와 박새, 황조롱이의 터다
노루와 고라니가 힘을 겨루는 곳이고 그들이
짝을 짓는 신성한 장소이다
―
북한산 어느 자락에 올라갔다. 잠시 걸음을 멈추었는데 가까이
딱다구리가 보였다. 순간 공연이 시작되었다.
따다닥 따닥.
리듬이 산을 울렸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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