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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기사승인 2023.04.25  21: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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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최원일)
잎을 떨구고 잔가지를 드러낸 겨울나무는 볕바라기를 하며 공사장 낮은 펜스위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네 것과 내 것을 나누기 위해 세워진 벽에 니꺼 내꺼 없이 볕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린 바람이 포근한 기운에 저만큼 밀려나고 잘리지 않은 온전한 그림자가 땅에 드리우는 봄에는 초록의 새잎으로 가득할 겁니다.
도종환의 詩  <겨울나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 주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포토 최원일


도종환님의 '겨울나기'가 세상과 벗어난 스님의 뒷모습과 겨울을 나는 나무의 닮은 꼴을 빚대어 “생명들이여 어떻게든 견디고 이겨라”라고 주는 메시지라면, 최원일 작가의 노트를 읽으면 겨울의 빈 나무가 봄이면 초록의 새잎을 피워내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천연덕스럽게 자아낸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그 자연스러움과 천연덕스러움이 힘겨웁다. 우리는 알고 있다. 특별시에 살기 위해, 얼마나 특별한 훈련을 받아왔는지.
네 것과 내 것이 분명하다.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경고도 한다. 여기저기 쳐 놓은 펜스를 우리는 넘사벽으로 지켜본다. 낮지만 높은 펜스에서 나무는 그림자마저도 잘린 오욕을 견딘다. 푸른 잎을 파아란 경계 없는 하늘에 두었다.
겨울엔 별바라기, 봄에는 볕바라기를 하면서 피워낸 나의 생명, 너의 잎이다.
최원일 작가의 노트는 바로 우리들의 시이다.

―글: 유향숙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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