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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⑥ 버려진 아이들

기사승인 2019.03.21  10: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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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만두에서 랑탕으로 출발

잘 자고 일어나서 샤워를 했더니 아주 개운합니다. 조식을 일찌감치 들고 7시에 랑탕(Langtang)으로 출발했습니다. 일행 8명이 짚차 두 대로 나눠 갑니다. 목적지 가는 길 중간 쯤(4시간 가량) 간 곳인 트리슐리(Trisuli)산 꼭대기에 바울홈이 있는데 들러가기로 했습니다.
랑탕 방향은 일단 트리부반하이웨이에 들어선 후 톨게이트를 지나 갈림길인 걸치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할 만큼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기 시작하는 정상에 이르자 고도계는 해발 1,375m를 가리킵니다. 내리막이 시작됩니다. 한동안은 마치 뱀이 제멋대로 똬리를 튼 모양으로 차량 행렬에 섞여 돌고돌고 또 돌면서 내려갑니다. 내리막길을 돌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까 귀가 먹먹합니다.

소년이 짚차를 향해 물총을 쏴댑니다. 개념이 없어 보이지 않는 나이의 소년인데 지나가는 차에 물을 쏴대다니요. 알고 보니 오늘은 1년에 한 번 있는 홀리(holi)라는 축제일이고 공휴일입니다. 물감가루를 뿌리거나 물감을 푼 액체를 풍선에 넣어 던지는 축제 말입니다. (네팔은 축제가 많은 나라입니다. 삶에 감사하고 축하하는 의미가 크지요. 윤회사상을 믿으므로 다음 생에 더 나은 존재로 환생하려면 모름지기 현상을 받아들임과 일상 자체가 수양임이 몸에 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매사 급할 것도 없습니다. 시간관념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홀리축제를 즐기는 아이들. 그들 중 한 아이 얼굴을 마주부벼 물감을 묻혔다. 잠시후 한 아주머니가 물감을 가져와서 얼굴을 칠해주었다.

축제를 온몸으로 즐기는 장소에 가서 합류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만 간직한 채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 얼마 가지 않아 마을 앞에서 온몸에 염료를 덕지덕지 묻힌 채 뛰어노는 한 무리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전부 흰 티를 입었습니다.

■ 걸치 마을에서 축제를 즐기는 아이들과 뒤섞여 놀다.

급경사가 완만해지기 시작하는 톨게이트에 이르자 고도계가 830m를 가리킵니다. 걸치에 이르니 430m입니다.
닭무리가 후다닥 도로를 가로지르고, 오리 세 마리가 급할 것 없이 뒤뚱거리며 줄서서 느긋하게 건너갑니다. 소가 건너갑니다. 그럴 때마다 차는 서행하기도 하고 멈추기도 합니다.

트리슐리리버

걸치를 지나 랑탕에서 흘러내리는 트리슐리 리버를 좌측에 끼고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립니다. `덜컹거리다`보다 더 심하고 센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데 마땅치 않군요. 그냥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성질 고약한 말잔등에 탄 기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혹 짧게나마 포장도로가 이어지지만 속에 감춰져있던 자갈들이 솟구쳐 올라와서 정숙주행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아스팔트로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를 만났습니다. 네팔에서 제대로 닦여진 도로를 만나긴 처음입니다. 중국이 건설비용을 부담하는(인도 네팔 티벳 중국으로 이어지는) 그 도로입니다. 세상에 대체로 저속주행만을 하다가 갑자기 80㎞로 달리게 되니 신기합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다시 덜컹거리는 길입니다.
완공되려면 몇 년 걸리겠지요. 적어도 5년 아니 3년만 지나면 몰라보게 달라진 도로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네팔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산지대의 마을

■ 트리슐리 쳇빵부족 마을의 바울그룹홈

바울홈은 한국에서 공정무역을 주창하고 실천하고 있는 최의팔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고 윤종수 목사가 네팔 지역 대표를 맡고 있는 `와일드플라워글로발유스`라는 단체가 작년부터 지원하고 있는 그룹홈입니다.

격리되어 정글에서 살고 있는 체빵(Chepang)부족이라고 있습니다. 정글에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하다보니 입는 것, 먹는 것, 주거한경 등이 열악하여 병들어 죽는 부족민이 속출하자 네팔 정부에서는 정글에서 나와 살도록 거주지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바울목사는 이 부족민 중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거둬 보살피고 있는 것이지요. 바울은 카트만두의 마더홈 운영자의 딸 아시타의 삼촌으로서 8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트리슐리(해발 570m) 읍소재지에서 바울을 만났습니다. 근처 어딘가 가까운 곳에 홈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아니었습니다. 거기서부터 산길로 약 90분 거리에 있는 사또바떼(해발 1,300m)까지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4년 전 지진으로 무너진 주택을 신축중이다.(지진발생시 이 마을에서만 다섯 명이 사망했다.)

지금껏 요동치는 길을 달린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험한 벼랑길을 보통 `깎아지른 절벽`이라고 하지요. `천길만길 낭떠러지`라고도 하지요. 실은 그 이상의 위험한 길입니다. 저 아래가 아득하여 차마 쳐다보기도 힘듭니다. 속도는 5~25㎞입니다.
아까 `성질 고약한 말 잔등에 탄 기분`이라고 했는데, 이 길은 `성질 사나운 미친 말이 쉴 틈 없이 상하좌우로 길길이 날뛰는 모양새`라고 표현해야 맞겠군요. 만일 속도를 더 높여 달리려는 차가 있다면 아마 그 차는 튕겨서 저 까마득한 벼랑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입니다.

바울홈 아이들

바울홈에는 20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체빵부족의 아이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섯 부족 또는 계급의 아이들입니다. 부모가 없고 돌봐 줄 친인척도 없고 찾는 이가 없는 아이들입니다. 한 아이는 아버지가 죽고 정글에서 버려졌습니다.

체빵 인구는 50만 명 정도 되는데 20만은 정글에서 30만은 평야에서 산다고 합니다. 3살 때 데려와서 6살 된 아이는 여전히 찾는 부모가 없어서 호적을 만들어주려고 한다네요.
정글에서 이동하며 살던 체빵부족은 물론 학교에 갈 기회도 없습니다. 정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먹는데 심지어 박쥐도 잡아먹는다는군요. 여기서 정글이란 평야지대의 정글을 말합니다. 거기 가면 부모 없는 아이들이 상상 외로 많다고 합니다.

수니따 미까는 홈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나을에 살다가 버려졌고, 미싸는 불가촉천민인 부모에게서 버려지고, 크리스마 미까와 끄리스마 미까 역시 부모가 있는지 조차 모릅니다. 사돈 네팔리(이름 뒤의 네팔리는 네팔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네팔리`라는 성이다.)는 엄마는 어디 있는지 모르고 아빠는 재혼해서 할머니와 사는 아이였는데 할머니에게서 조차 버려졌다고 합니다.
다 측은지심이 생겼지만 특히 미싸가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아픕니다. 많이 아픕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더 괴로웠습니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형제들 속에서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응석부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사실은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정상 아니겠습니까.
뒤돌아서 돌아올 때는 차마 아이들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 트레킹 출발지인 랑탕을 향하여

랑탕으로 가는 내리막길(구불구불한 하얀선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이다.)

짚차 운전자인 너진드라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울퉁불퉁한 산악도로를 신음소리 한마디 없이 일관되고 초연하게 운전하는 것을 보면서 더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해발 1,498m에서 검문을 받고 다시 출발합니다.
해발 1,763m 굼바단다(Gumbadanda) 고개에서 잠시 급한 볼일을 해결합니다.
해발 1,860m인 그랑(Grang) 마을을 지납니다.
해발 1,938m인 타데(Thade) 마을을 지납니다.
해발 1,840m인 둔체(Dhunche)에서 검문소를 만났습니다. 커미션(통행료)으로 1인당 3000루피(3만원)를 지불하고 짐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동식물 보호에 방해되는 드론 같은 것을 소지했는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둔체 검문소(여권확인과 통행증 발급)와 둔체 마을

시아브루베쉬(Syabrubesi)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았습니다. 숙소 위치는 해발 1,330m에 있습니다. 네 명의 포터(Porter)도 대기중입니다.

시아브로배쉬 마을

내일 아침 8시부터 7박 8일간의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날씨는 춥고 비가 많이 내립니다.
내일 출발시간에도 이처럼 비가 많이 내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염려하면서 여섯 번째 편지를 드립니다.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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