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1949
신순란
산이여 말해다오
많은 분들이 마지막 가시는 길
보고만 있었는가
너무 무심하지 않은가
낮이었을까
밤이었을까
얼마나 두려웠을까
골령골 산아
너는 알 수 있지 않는가 말해다오
그들이 마지막 남긴 말을
하늘도
땅도
산도
말해주지 않네
오십 년 넘어서야
이 자리에 왔답니다
얼마나 기다리셨나요
남아있는 우리도
답답해서 소리쳐 봅니다
오빠의 이름을
영혼이 있다면
잠자코 당당한 새가 되어
온 천지를 날아 보소서
세상에 갇힌 새는
두 번 다시 되지 마소서
뼈는 못 찾아도
이름 석 자는 찾고 싶네요
―
어제는 비, 오늘은 흐림.
하늘은 높고 빛은 시냇물이 비추어 옥류수를 만든다. 볕이 따갑다가도 갑자기 흩뿌리는 비에 창문이 깨끗해졌다. 걸레에 물을 묻혀 주방 바닥을 닦았다. 찌든 장판이 말끔해졌다. 창 유리도 닦아보자.
컴퓨터도 열어 작은 책상에 배치하고 신순란 시인의 ‘눈물의 1949’를 읽는다.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에 가족을 잃은 아픔이 전해지는 시이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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