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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⑩ 랑탕에서 맛보는 냄비라면

기사승인 2019.03.25  1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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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의 아침

갱진곰파(Kangjin Gompa. 3,800m)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높은 지역이라 더 춥습니다. 침낭 밖으로 나오자마자 서늘함이 엄습합니다. 지난 사흘간 제대로 씻지를 못해서 간밤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습니다. 영하의 설산 공기속에서 샤워를 하는 것은 미지근한 물이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예 샤워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했습니다. 오들오들 떨면서 후다닥 끝낼 수밖에 없었지요.

갱진 마을
갱진 마을
지진 피해자 위령탑

갱진에서 400여m 올라간 봉우리가 갱진리(Kangjin Ri)입니다. 해발 4,200m가 넘습니다. 올라가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가파른 길입니다.
갱진리에서 내려다보면 갱진 마을이 품안에 감싼 것처럼 산으로 둘러처져 있습니다.
인근에 체르코리(Cherko Ri. 해발 5,000m)가 있는데 두통과 어지러움 때문에 가지 않고 갱진에서 11시에 하산키로 했습니다.
끝 간 길에서 설산을 가까이 두고 하룻밤 지냈더니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 히말과 작별할 시간, 하산

랑탕 계곡을 따라 올라갈 때 뒤에 있어서 보이지 않던 풍광들이 또다른 감동을 줍니다.
티브이 다큐에서만 봤던 짐을 등에 멘 나귀들이 수시로 오르내립니다. 걸음걸이가 튀어오르듯 빠릅니다. 멀리서 워낭소리와 함께 점점이 다가오더니 금세 정적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트레커들은 등산화를 신고 스틱에 의존해서 헉헉거리며 한 발 한 발 겨우 발을 떼는데 반해 현지인들은 슬리퍼를 신고도 발걸음이 가쁜합니다.

설산을 배경으로
휴식 중에

■ 랑탕 지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티벳인

랑탕 계곡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향이 티벳으로 보입니다. 어린이와 아기를 보지 못했습니다. 청년들도 보기 어렵습니다. 포터와 나귀를 이용한 짐꾼 그리고 롯지에서 손님을 맞는 젊은이만 있을 뿐입니다. 대부분이 노인입니다. 
깊은 산중이어서 학교에 다닐 아이들은 도회지에 나가 있는 듯 합니다.
게스트의 식당 겸 휴게실로 사용하는 홀 내부 한편에는 달라이라마(Dalai Lama) 사진을 모셔놨습니다. 경물도 사진과 함께 가지런히 모셔놓고 경전을 외우는 장소로 삼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랑탕 계곡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이 티벳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 저녁식사로 라면 봉사

식사 때면 일행들이 현지음식에 대한 갈등이 있어 오늘 저녁에는 직접 주방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신라면을 끓였습니다.(호텔마다 신라면이 버젓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값은 비쌉니다.)
모두들 자극적인 맛을 원할 것이라는 생각에 끓는 물에 먼저 고추장을 풀고 미리 개봉해뒀던 스프를 넣었습니다. 그 다음에 라면을 넣고 익기 전에 계란을 풀고는 약간 덜 익은 상태에서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라면은 게눈 감추듯 냄비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후우 하고 불면 날아갈 듯한 쌀밥을 국물에 말아 먹어 설거지만 하면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며

편지는 와이파이가 되는 숙소에서만 쓰고 있습니다. 와이파이를 사용하려면 500루피 또는 1,000루피로 제한된 용량의 사용쿠폰을 구입해야 합니다.

내일은 이틀에 걸쳐 오른 길을 하루에 내려가야 합니다. 피곤한 몸을 침낭속에 밀어넣으며 열 번째 편지를 드립니다(03.24 일).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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