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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⑫ 산에서 만난 네팔 사람들

기사승인 2019.04.02  21: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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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 숙면을 취하다

어제 오후, 숙소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하늘이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라마호텔(Lama Hotel)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자마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습니다. 이 비는 새벽녘에 굵직한 우박으로 변해 지붕을 뚫을 듯이 내려 잠을 깨웠습니다. 마치 총성이 우렁찬 기관총을 쏴대는 것 같았습니다. 신기하게도 하산하기 직전에는 비가 뚝 멎고 해가 솟아올랐습니다.

(위)간밤에 묵은 Lama Hotel,  (아래)계곡에 설치된 롯지(GuestHouse)

집을 떠나온 이후 열흘 동안은 제대로 잔 기억이 없습니다. 시차 적응을 하기도 전에 매일 같이 정해진 시간에 일찍 일어나 일정대로 움직였고, 아무리 일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간에 예정에 없던 사소한 사건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깊은 잠을 취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집을 나와 잠자리가 달라진 이유도 있지만 마음대로 씻지 못하는데다 난방이 안 되는 객실의 추위가 한몫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맥주를 마신 것은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중간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잤습니다. 자명종 소리에 번뜩 깨어 오늘 회사일과 관련하여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순간 현실을 인지하게 됐지요.

Syabrubesi로 연결해주는 다리

■ 역순으로 하산

트레킹 준비를 할 때만 해도 둘레길다운 평평한 길을 많이 만날 줄 알았습니다. 말이 트레킹이지 막상 갱진(Kyanjin)이라고 하는 최종 목적지에서 하룻밤을 묵고서야 해발 1,330m인 시아브로배쉬(Syabrubesi)에서 3,800m인 갱진곰파(Kyanjin Gumba)까지 2,470m를 5일간에 걸쳐 왕복 등산을 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대략 2시간여마다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각종 음식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숙소 형태는 대략 비슷합니다.
올라갈 때는 몰랐지만 막상 내려가면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같은 길을 경험할 일이 아득해 보입니다.

(위)계곡을 연결해주는 구름다리,  (아래)이른 아침 계곡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지진 당시 무너진 산비탈

계속해서 오르는 일이 참 힘들었습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숨이 차고 두통 어지럼증 감기에 진통제와 감기약을 복용해야만 했으니까요.
하산할 때는 무릎 허벅지 발가락에 통증을 느꼈습니다. 등산은 등산대로 하산은 하산대로 몸의 근육 사용 부위가 달라서인지 균형을 맞추는데 다소 어려웠습니다. 처음 트레킹을 시작할 때 과연 스틱이 필요할까 하고 의문을 가졌지만 힘을 골고루 분산시키는데 있어 스틱이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준비하기를 잘했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닷새간의 트레킹을 통해 잊고 있었던 내면의 갈등과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정리하고 육체적 수양과 정신적인 수양을 기대했지만 정작 오르고 내리는 데 신경을 쓰면서 풍광을 감탄하느라 계획했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숨이 차고 다리가 저려 걷는 데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지요.  

■ 산에서 만난 네팔리

네팔의 지형은 남북으로 150㎞라는 좁은 폭 사이에 고도 60m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8,848m(히말라야 산)의 고봉까지 다양한 높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 남쪽 산등성이에 불안정하게 걸쳐 있으며 북쪽으로 중국, 남쪽으로는 인도에 접하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는 약 3천만 명입니다.

(위)바위 아래의 주민 쉼터,  (아래)땔감을 지고 가는 아주머니

인구의 상당부분은 마하라밧 산맥과 히말라야 사이의 개간된 지대에 모여 삽니다. 이 말은 대부분이 산으로 이뤄진 네팔 지형에서 어쩔 수없이 산비탈을 개간하여 건물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산다는 얘기입니다. 길도 이렇게 형성된 마을을 구불구불 지나며 낭떠러지 옆을 아슬아슬하게 달리기도 합니다. 길옆에 가옥이 있는 것은 한정적입니다. 대부분의 주택들은 걸어서 오르고 올라야 당도합니다. 심한 경우 몇 시간이나 걸어야 합니다. 어린이가 학교에 가기 위해 왕복 세 시간 이상 걷는 일은 허다합니다.

트레킹 등록을 하는 Check Point Box(Tourist Police)

대부분은 엄지발가락을 끼는 슬리퍼를 신고 다닙니다. 물이 귀해 잘 씻지를 못해서 그렇지 그들의 표정은 순수하고 대체로 밝습니다. 걷는데 이력이 났는지 산에서조차 거의 달리는 수준으로 길을 갑니다. 그러나 전혀 바쁜 걸음은 아닙니다.
우리는 늘 바쁩니다. 어떠한 일이든 빨리 해야 합니다. 죽음도 그만큼 빨리 재촉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될 정도입니다.

하산길에 엄지손가락이 곪은 할머니를 치료해드리고 연고를 드렸더니 좋아하신다.

■ 트레킹을 마치고

트레킹 시작을 위해 묵었던 시아브로배쉬의 호텔에 다시 들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기까지는 꽤 멀게 느껴졌습니다. 출발해서 걸어온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도 가도 트레킹 출발 때의 시작점에 쉽게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트레킹을 시작했을 때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가벼워 멀게 느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오늘도 오후에 비가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한 시간 가량 빗속을 걸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직행버스를 이용해서 카트만두로 회귀합니다.

포터 4명과의 뒤풀이를 마치고 열두 번째 편지를 드립니다(03.26 화).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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