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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⑬ 카트만두로 회귀

기사승인 2019.04.03  23: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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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만두 행 직행버스

전날 밤에 서늘한 기운을 머금고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동이 트기 전에 그쳤습니다. 
하루에 한 차례 운행하는 카트만두 행 버스는 아침 7시 10분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마이크로버스입니다.

(위)버스정류장 대기실,  (아래)시골 마을에서도 볼 수 있는 국내 모바일 간판
(위)시아브로베쉬-카트만두 간 운행 버스 측면,  (아래)시아브로베쉬-카트만두 간 운행 버스 앞면

처음 카트만두에서 트레킹 출발점인 시아브로베쉬(Syabrubesi)에 올 때는 지프를 타고 왔습니다. 다시 카트만두로 가기 위해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은 판단을 잘한 셈입니다. 지프보다 덩치가 큰 버스는 자갈과 푹 파인 비포장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훨씬 요동이 적었습니다. 대신 까마득한 절벽을 지날 때는 순간 몸이 오그라들었습니다. 수직으로 깎아 만들어진 도로, 도로 옆의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에서 큰 트럭을 만났을 때는 간이 콩알 만해지는 두려움마저 들었습니다. 또한 요란스럽게 틀어놓은 뮤직비디오 영상과 음악소리에 귀까지 시달려야 했습니다.

(위)구름 위를 달리던 버스 안에서,  (아래)마이크로 버스 내부

계곡 건너에 우뚝 솟은 산중턱에 마을이 보입니다. 버스는 산과 산이 연결된 등성이와 골짜기를 지나 건너 마을을 경유합니다. 그렇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주로 비탈길을 달려 마을마다 경유합니다. 아니, 그 길 하나뿐입니다. 말이 직행버스이지 길에서 손님을 만나면 아무데서나 태우고, 아무데서나 원하는 데에 손님을 내려줍니다.
공교롭게 앞에 큰 트럭을 앞세우고 달리게 되면 앞차 바퀴에서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써야 합니다. 창문을 밀폐시키듯 닫아도 먼지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좌석이 두 개씩 총 28석입니다. 운전석에서 좌석 사이에는 넓은 공간을 두고 투명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칸막이 문을 열고 운전석 쪽으로 들어가면 대여섯 명이 더 앉아갈 수 있습니다.
고용했던 포터 4명도 같은 버스를 이용해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① 트리슐리 삼거리  ②트리슐리 삼거리 상점  ③트리슐리 삼거리 길거리 식당(난)  ④트리슐리 삼거리 길거리 식당과 상점
(위)트리슐리 삼거리의 신발가게,  (아래)트리슐리 시내 주유소

버스 출발 4시간 후에 트리슐리 삼거리에 정차해서 보니 먼저 와서 정차한 차량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길거리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먹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네팔의 주식인 달밧과 난(카레에 찍어 먹는 빵 종류), 찌야(차) 또는 라시(음료)가 테이블에 놓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잠시 주저한 끝에 만두와 삼각튀김 그리고 콜라를 주문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만두 열 개 한 접시는 매콤한 소스를 묻혀 먹었고, 야채와 고기 그리고 커리로 버무린 삼각튀김은 감칠맛이 났습니다.

만두와 삼각튀김

동네 상점들을 구경한 후 다시 버스에 올라 네 시간 가량 더 달린 후에 드디어 종점인 카트만두 마차포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에 옮겨 타고 처음 묵었던 타멜 거리의 호텔에 여장을 풉니다. 트레킹을 위해 호텔에 맡겨두었던 캐리어도 찾아 객실로 들어서니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은 욕구가 강열합니다.

카트만두 마차포 거리

■ 타멜 거리 쇼핑과 비루 부부의 저녁식사 초대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났더니 개운합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여행자의 거리’(타멜)로 나섰습니다. 택시와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매연이 먼지에 섞여 정신을 차리기 어렵지만, 좁은 길에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뒤섞여 온갖 물건을 취급하는 상점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네팔은 캐시미어·파시미나가 유명합니다. 하지만 인삼, 쌀, 꿀, 모시 등이 유명한 우리나라라고 해서 모두 믿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듯 타멜 거리에 수두룩한 캐시미어 제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말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믿고 구입했더니 바가지 쓰거나 함량이 미달되는 경우이지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비상식적으로 싸면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되지요. 그렇다고 비싸다고 해서 믿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결국 물건을 볼 줄 몰라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고작 팔찌 몇 개와 나무 퍼즐 몇 개 구입한 게 전부입니다.

쇼핑 중에 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하면서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비루(Biroo)와 간호사인 그의 부인으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의 집은 정돈이 잘 되어 있고, 장식장과 벽에는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장남이 각종 스포츠에서 우승한 트로피와 사진들이 부부의 기품을 더 돋보이게 해줍니다. 각자 먹을 만큼 접시에 음식을 덜어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 마사지

트레킹에서 지친 다리를 위해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발마사지만 받으려다 전신마사지를 받게 됐는데 어리게만 보이는 소녀에게 서비스를 받으려니 영 내키지 않더군요. 중도에 한 것으로 치고 그만 둘까 갈등하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1시간 30분이 그렇게 훌쩍 지나갔습니다.

여행지마다 산재해 있는 마사지숍, 마사지숍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는 손님이 많을수록 좋으니 괜한 연민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내 살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자체가 내키지 않았을 뿐이지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저렸던 다리 근육이 언제 긴장했냐는 듯이 말끔히 풀어졌습니다. 몸이 가뿐해졌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마사지를 받는 모양입니다.

모처럼 개운한 상태에서 쾌적한 침대에 기대어 열세 번째 편지를 드립니다(03.27 수).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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